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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식사진전 '돈대, 매미소리' 2014. 10. 17. ~ 10. 29

2014-10-08
조회수 9945

오정식사진전

돈대, 매미소리

2014. 10. 17 ~ 10. 29

오픈식 : 10. 17 오후 7시

작가와의 만남 : 10. 18. 오후3시, 갤러리 2관 사진방



엽서-전후면.jpg




‘돈대(墩臺); 과거로 되돌려주는 사진



이 영 욱(사진이미지 비평)



오정식의 강화도 <돈대사진>은 단순한 역사적 기록 사진이 아니다. 사진에 텍스트를 붙이거나 직접 설명이 있기 전에는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을 알 수 없다. 전문식견을 가지고 보아도 정말 이 곳이 돈대인 지를 고고학적으로 증언하기 까지는 상당한 과학적 연구가 필요하다. 하물며 일반인들이야 어떤 특정 사건의 역사적 사실을 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것은 ‘돈대’에 대한 이러 저러한 사실을 지식으로 습득하거나 경험으로 알고 있어야만 가능하다. 오정식의 사진이미지가 구체적으로 대상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 같으면서도 그 의미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는 ‘텅빈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그 옛날 돈대성벽에 축성되었던 돌들이 수백 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살아남아 새로운 돌 틈 사이에 끼어져 세월을 증언하는 흔적들은 우리의 추측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본질적으로 이미지는 의미론적으로 모호하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진이미지는 문자로 기록된 텍스트에 의존 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복잡다단한 과거의 역사적 이야기는 아무리 사실적 기록이라 할지라도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를 현재에 다시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이미지는 이렇듯 모호하고 과거사실에 대한 증언을 회피한다. 즉, 사진은 과거를 재현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과거로 되돌려주면서 역사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아직 써지지 않은 역사를 혹은 기존의 역사를 다시 쓰는 재해석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오정식의 사진은 돈대를 역사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돈대라는 특수한 대상이 놓인 그 장소의 특이성을 말 하고 있다. 그는 과거 돈대유적을 찾아가 '지금 여기' 돈대의 그 주변과 환경을 조망하도록 했다. 그 결과 돈대가 지닌 역사적 의미에 대해서는 상세한 설명이 없는 추측과 상상을 촉발하는 세월의 흔적과 지금의 변모된 환경이 보인다.



오정식은 멀리서 돈대를 바라보는가 하면 가까이 다가가 돈대의 성곽들이 파괴되어 흩어진 석조들을 무상하게 바라본다. 중립적 시선과 감정이 배재된 응시는 주도면밀하게 프레임 워크 했다. 그는 ‘돈대’를 조용히 바라보면서 그 주변의 환경과의 관계에 주목한다. ‘돈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법한 대상 ‘편의점’, ‘비닐하우스’, ‘건축자재’, ‘전봇대’, ‘제방’, ‘농지수로’, ‘군 초소’, ‘정미소’, ‘어선’, ‘도로’, ‘횟집’, ‘위장벙커’, ‘버스정류장’, ‘저수지’, ‘수문’, ‘밭’, ‘폐 가옥’, ‘쓰레기’ ‘폐타이어’, ‘철조망’ 등을 보여준다. 또는 아주 넓게 펼쳐진 자연 풍광 속에 산과 바다와 논밭 그 사이에 구릉지가 있는 그 곳 어디쯤엔가 ‘돈대’가 있을 법한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 결과 오정식의 돈대 사진은 마치 수수께끼 숨은 그림찾기 같다. 

 

숲속에 가려져 돈대는 보이지 않고 그 주변의 해변 도로 옆 횟집이 있는가 하면, 밭의 경계를 이루는 돌담으로 사용되는 돈대의 축대와 성곽들의 잔재, 겨우 이 곳이 돈대였음을 알리는 안내 표지판이 없었더라면 몰라보았을 폐허의 현장이다. 그런가 하면 새롭게 복원된 돈대의 모습은 콘크리트로 덧씌워져 세월의 흔적을 지우고 관광지가 되었다. 그 모습이 지나치게 잘 다듬어진 사극 드라마 세트장처럼 어설프게 과장돼 보인다. 차라리 폐허 유적으로 방치된 그 흔적들이 생생하게 과거의 숨결을 지금 여기에 되살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군사요충지의 지리적 특성상 오늘날에도 군부대의 방어진지나 초소 등 군 시설물로 기능을 유지하는 것으로 봐서 ‘돈대’의 운명론적 성격은 세월과도 무관하게 이곳이 기구한 역사적 운명의 기운을 다시 이어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럼으로

사진은 과거 한 때 존재했던 대상을 흔적으로 남긴다. 부정할 수 없는 이와 같은 사실은 그러나 그 대상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만약 사진 속의 대상이 분명하게 어떤 말을 한다면 그것은 이미 우리가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을 때만이 가능하다. 결국 사진 속 대상이 말 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 밖에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대입해서 그 대상에 말을 거는 것이 바로 사진의 의미가 된다. 그렇다면 그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의미의 틀로 규정 지워진 세계이다. 오정식의 사진은 하나의 돈대를 여러 각도에서 조망하면서 그 돈대가 위치하고 있는 주변적 환경을 함께 보도록 우리의 시선을 사유하도록 유도한다. 오정식의 돈대사진은 지금의 우리상황과 어떤 사태를 직면하게 만든다. 오정식의<강화도 돈대(墩臺)>는 과거로 되돌려주는 생각하는 사진이다. 그것은 다시 쓰여져야 할 새로운 역사를 위해 잠재적 가능성으로서의 어떤 힘이다.




<작가노트>


돈대, 매미소리

Dondae, Sound of Cicada



고등학교 시절 방학이 되면 나는 광주에서 내려와 영광 읍내 변두리에 있는 아버지의 점방 ‘광영상회’를 지켰다. 점방 안쪽에 나락이 담겨있는 짚으로 짠 가마니들이 쌓여있고 한쪽에는 어른 두 명이 누울만한 작은 방이 있다. 방안에는 낡은 선풍기와 작은 앉은뱅이책상 있고 그 위에 전화기 한 대가 놓여있다. 방 앞에는 추가 달린 저울과 동물사료 몇 포대가 쌓여있다. 장이 서지 않는 무셋날은 사람들이 모두 숨어버린 것처럼 거리는 텅 비었다. 온종일 앉아 있어도 손님은 거의 오지 않는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텅 빈 신작로에는 귀가 찢어질 듯 매미 소리만 가득하다. 나는 흰색 런닝구에 교련 바지를 입고 방 문턱에 앉아 무심히 거리를 바라보고 있다. 그 모습이 한 장의 사진이 되어 기억 속에 박혀있다. 아버지는 몇 해 전, 하시던 장사를 접고 기력이 쇠해지시다가 치매를 앓아 하루하루 당신 기억을 지워가고 있다. 지금은 우리 오 남매를 키워낸 광영상회는 팔렸고 그 자리에 세탁소가 들어서 있다.



강화도에서는 길가에 잘 꾸며져 쉽게 눈에 띄는 박제 같은 돈대(墩臺)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그렇듯 무심히 스치듯 지나쳐 봐왔을 뿐, 우리 눈에서 살짝 비켜나 세월과 함께 폐허처럼 변했지만 살아 숨 쉬는 아름답고 소중한 돈대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쉽게 알아채지 못했다. ‘돈대’라는 생소한 이름과 특이한 구조물에 이끌려 찾아간 거의 모든 돈대들 바로 근처에는 어김없이 군사시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관심이 쏠렸다. 돈대를 찾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돈대가 지닌 독특한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고, 어릴 적 아버지의 점방 ‘광영상회’ 매미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 돈대가 방치되고 허물어져 가는 안타까운 현실에 돈대가 더 훼손되거나 사라지기 전에 강화도에 있는 54개 돈대 모두를 기록하기로 했다. 작업은 17세기 조선의 군사시설인 강화도 돈대 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성곽구조와 역사적 의미를 상기하며, 돈대의 외형과 각 돈대의 특징과 특이점을 기록하고, 파괴되고 사라진 돈대 터에 남아있는 흔적들을 찾아서 기록했다. 나는 지난 일 년여 동안 마치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강화도 해안가 곳곳을 미친 듯이 헤매고 다녔다. 나에게 돈대는 경외(敬畏) 그 자체인 성소(聖所)가 되었다.




작업후기


강화도는 역사가 오랜 섬이다. 고려 고종 때부터 원종 때까지 40여 년 동안 몽골 침략에 대항한 도읍지였다. 이때 팔만대장경을 만들었고, 참성단을 쌓았으며 개경 천도를 반대한 삼별초 저항이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연산군, 광해군이 유배를 왔었고, 정묘호란 때 인조가 피신 왔던 곳이다. 효종은 북벌계획을 세워 월곶진, 제물진, 광성보를 설치했고, 숙종5년(1679년)에는 48개 돈대를 설치했다. 정조는 외규장각을 설치했고, 강화도령으로 불린 철종이 자란 곳이기도 하다. 천주교 탄압을 빌미로 프랑스함대가 쳐들어온 병인양요(1866년)와 통상압박을 가하던 미국 함대가 쳐들어온 신미양요(1871년), 일본이 통상을 요구하며 운양호(1875년)로 시위를 벌일 때 돈대는 외세에 맞선 치열한 전투현장이었다. 또 강화도조약(1876년)이 맺어진 뼈아픈 역사현장이기도 하다.



작업은 17세기 조선의 군사시설인 강화도 돈대 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성곽구조와 역사적 의미를 상기하며, 돈대의 외형을 기록하는 것과 더불어 그랭이질 수법과 퇴물림쌓기, 난층쌓기로 쌓아올린 축성형태 등 각 돈대의 특징을 기록하고, 파괴되고 사라진 돈대 터에 남아있는 흔적들을 찾아서 기록하는 방식을 견지했다. 예컨대 석모도 에서 캐온 박석으로 쌓았다는 성가퀴의 일부가 남아있는 후애돈대와 미루지돈대, 돈대출입문이 방형(方形)으로 지어진 다른 돈대와 달리 홍예문인 미루지돈대와 월곶돈대, 대포를 설치한 포혈 안쪽에 포탄 등을 저장했던 또 다른 방이 설치된 장곶돈대와 북일곶돈대, 돈대를 지키던 군졸이 수직 했을 돈사(墩舍) 건물지 흔적이 남아있는 송곶돈대와 초루돈대, “강희십팔년 4월일 경상도 군위어영(康熙一十八年四月日慶尙道軍威御營)”이라는 명문이 새겨진 계룡돈대 외벽, 배수시설인 누조(漏槽)가 원형에 가깝게 남아있는 굴암돈대 등 각각의 돈대들의 특징을 기록했다. 또한, 숙종 때에 벌인 선두포 간척사업으로 고가도(古加島)가 본섬에 연결되면서 돈대로서의 기능이 상실되어 폐지된 고가도에 위치한 갈곶돈대와 본섬에 위치한 양암돈대가 서로 마주 하고 있어서 두 돈대간의 교차사격이 가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듯 각 돈대의 특징과 특이점과 파괴되거나 사라진 돈대 주변에 흩어져있는 유물들을 찾아내고 기록하는 방식으로 촬영을 진행했다.



이 작업을 하면서 강화도에 민통선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지만, 민통선 지역에 있는 돈대들 중에 초루돈대와 작성돈대는 민통선 지역에 있는 다른 돈대들에 비해서 보존상태가 양호한 편으로 출입도 비교적 자유로웠다. 그러나 다른 돈대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거나 군사시설로 사용되고 있었고 돈대가 심각하게 훼손되어 보였으며 접근할 수도 촬영을 할 수도 없었다. 강화도가 남북분단의 접경지역 이라는 현실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소중한 문화유적이 보존되지 못한 채 군사시설로 이용되고 훼손되는 현실이 촬영하는 내내 아픔으로 다가왔다. 한편, 민통선 지역이 아닌 곳에서도 양암돈대와 옥창돈대는 지금도 주민들이 농사짓는 밭으로 이용되고 있었고, 현재 터만 남아있는 전망이 좋은 가리산돈대는 바로 턱밑까지 최근 상업시설과 전원주택이 들어서고 울타리가 둘려져 있어 돈대 출입도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남아있는 유물마저 유실될 우려가 커보였다. 또 오래전 일이긴 하나 제방보수에 이용되어 성벽이 헐려 나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된 망해돈대 등 일부 돈대에는 표지판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여전히 많은 돈대가 방치되며 훼손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완전히 파괴되지 않고 어느 정도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건평돈대, 검암돈대, 등 많은 돈대들이 자연현상에 의해 성벽 틈이 벌어지며 허물어져 가고 있어서 안타까움이 더한다. 하루빨리 체계적인 조사와 발굴을 통한 보수와 유지관리가 이루어져서 소중한 문화유산인 돈대가 더는 훼손되는 것을 막아야겠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잘 알려지지 않고 잡목과 수풀이 우거져서 사람들의 접근이 어려운 돈대들 에서는 그나마 인위적인 훼손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이번에 발표하는 “돈대, 매미소리”는 지난 일 년여 동안 나름대로 노력을 다한 결과물이다. 그렇지만 많은 부분이 미흡하고 아쉬움도 크다. 특히, 훼손이 심해서 주변에 남아있는 몇 가지 흔적들로 돈대 터임을 추정하고 촬영했던 돈대 들은 오류가 있을 수 있어 검증을 통한 추가 작업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돈대의 변모 과정을 기록해 갈 것이다.




오 정 식 Oh, Jeongsik



1962년 영광에서 출생하여 광주에서 중고등학교에 다녔고 조선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부천에서 골판지상자 제조업을 하고 있다.




개인전

2014 ‘돈대, 매미소리’ (Dondae, Sound of cicada) 사진공간 배다리. 인천



단체전

2014 사진공간 배다리 기획전. ‘해안선’. 송도트라이볼, 컴팩스마트시티. 인천

4인 기획전. DREAM_'천불천탑’. 계양아트겔러리. 인천

2013 KT&G상상마당 ‘ONE DAY SHOT_SEOUL 이공일삼 공구공칠’ 상상마당겔러리. 서울

2012 사진모임 빛과공간 소속 작가전. ‘환생’ 인천문화예술회관. 인천

KT&G상상마당 5th SLAP. ‘도시, 꿈꾸는 사람들. 상상마당겔러리. 서울



E-Mail : shinbox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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