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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영사진전 ‘숨, 빔’ - 2015. 7. 17. ~ 7. 25

2015-07-13
조회수 8672

한소영사진전
‘숨, 빔’
2015. 7. 17. ~ 7. 25
사진공간 배다리



숨, 빔_2.jpg


<작업노트>


숨, 빔


바스락거리다
뻘이 굳으면서 날아온 회색의 바람, 갈대가 비비며 날아온 마른 바람, 곡릉천을 통과한 바람 그리고 건너편의 농가에서 반수상태인 벼들을 통과한 바람, 이 모든 바람들과 동시에 충돌하며 나온 파편, 갈대는 흔들린다.


뻗어가다
갈대는 위로 자란다. 갈대는 옆으로 뻗어간다. 해가지면서 갈대들이 이어지는 수만평은 짧은 시간에 최대의 평면이 된다. 지평선보다 가깝지만 아득해지고 단일하면서도 무수히 많은 결들이 이루어내는 부풀어있는 상태. 욕망하지 않는 채 뻗어나가는 무중력, 아마도 자궁 속.


겹쳐지다
먼저 자란 갈대, 나중에 자란 갈대, 엎어진 갈대, 기우는 갈대, 일어나는 갈대, 부딪히는 갈대, 포개지는 갈대, 꺽여버린 갈대... 단일한 개체가 파생시키는 모양들이다. 이 모두가 가리워지거나 지워지거나 희미해지거나 사라지거나 멀어지거나 어두워지거나 돌출되거나 겹쳐지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 밖에 있기 때문이다.


반동하다
갈대는 서 있다. 갈대는 눕기도 한다. 갈대는 사이에 있다. 갈대는 하강하고 동시에 상승한다. 하강하면서 자신을 놓아버리고 상승하면서 스스로를 소멸시킨다. 사이에 있는 갈대는 사라져가는 것을 찌르는 통증이며 치명이다. 그리고 무엇도 아닌 상태, 고요이다.


자리하다
줄기나 잎이 흔들렸다 멈추어도 같은 위치가 아니다. 잎의 흔들림은 단순 반복을 뛰어넘은 임계점의 상태를 유지한다. 무엇도 동일하지 않으며, 늘 같다면 살아남지 못한다.


어그러지다
땅과 하늘, 땅과 땅, 땅과 물을 구분했던 공간에서 쌓인 눈이 착시를 일으키는 거리감의 소실은 영도零度를 통과하게 된다. 눈이 덮어버린 표면과 갈대로 인해 덮이지 않은 지층 그 사이 거칠고 척박하고 질척이는 깊이에 닿는다.


숨, 빔_1.jpg


부딪다
갈대 사이로 들어가면, 중력이 강력히 작용하는 뻘이 있다. 또 그곳엔 참게들이 무중력으로 움직인다. 뻘은 매일 옷을 갈아입으며 갈대는 뻘이 벗어놓은 옷을 입는다. 위로는 갈대가 뻗어나가고 옆으로는 갈대들이 흔들리고 아래로는 수만년 동안 뻘은 땅을 밀어내고 갈대가 산다.


빔, 벌어지다
갈대의 속은 비어있다. 갈대가 지상과 지하의 경계에서 만나는 관계, 접촉, 복합이 있다. 나는 부재의 공간에 살갗을 비벼보았다. 갈대밭 전체에는 솜털 같은 부드러움이 한없이 퍼져가지만, 각각은 따갑고 거칠고 아프게 지나간다. 감촉은 소리가 아니지만, 감촉과 소리가 만들어내는 보이지 않는 관계는 언어보다 먼저 있는 감각을 남겨놓았다. 그리고 처음의 언어로 채우려는, 다시 시작하고픈 욕망이 있었다.


빔, 닳다
물기가 마른 단단함은 할머니의 손이다. 그 손은 비어있는 바람이다. 생기를 잃어버렸지만, 오히려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거친 주름 사이에서 아주 얇게 닳아버린 부드러움은 나에게 사랑 자체가 된다.


숨, 생기다
갈대자극, 뿌리들이 성긴 곳, 참게들의 구멍, 흔적들이 새겨지면서 되새김질하는 비릿함과 농후함. 뻘은 땅을 향하고, 갈대를 품는 뻘은 완강하게 그리고 매일 속살을 만든다.

잇다
서쪽으로 자유로가, 동쪽으로는 파주 금촌이 위치하고, 북과 남쪽에는 논이 있다. 갈대밭의 중앙을 가르는 지류가 있고, 가장자리는 초소가 지킨다. 참게가 서식하며, 해가 지면 참새들이 모이고, 겨울에는 우리나의 최대의 재두루미 도래지가 된다. 구석기 시대 민무늬 토기가 발견된 이후로 주변은 인간과 함께 시간을 살아왔으며, 갈대밭은 반복하며 산다.



한소영 / Han So Young
2015 상명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원 사진영상미디어학과 비쥬얼아트 졸업


개인전
2014 숨, 빔_57th Gallery, 서울


그룹전
2010 Phantasmagorian_갤러리 브레송, 서울
2013 불협화음_갤러리 룩스, 서울
2013 사진, 보여짐_Mirror Gallery, 북경,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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